트럼프 비트코인 전략비축 서명했는데 가격은 왜 떨어졌을까? 트럼프의 가상자산 행정명령, 진짜 의미는 따로 있다

트럼프 비트코인 전략비축 서명…그런데 가격은 왜 떨어질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트코인 전략비축 행정명령에 공식 서명했다. 정부 차원에서 가상화폐를 전략자산으로 인정하고 비축하겠다는 선언이었지만, 시장 반응은 의외로 싸늘했다. 기대감에 급등할 줄 알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오히려 5% 가까이 하락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트럼프의 비트코인 비축 전략, 핵심은?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은 ‘미국 정부가 보유한 몰수 비트코인을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관리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세금을 들여 추가 매입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가 직접 비트코인을 사들이는 적극적인 비축이 아니라, 이미 형사·민사 절차로 압수한 물량만 보관하는 소극적 방식이다.

 

즉, 기존에 범죄 단속 과정에서 확보한 약 20만 개의 비트코인을 시장에 내다 팔지 않고, ‘디지털 금’처럼 창고에 쌓아두겠다는 의미다. 미국 정부는 과거 비트코인을 너무 일찍 팔아치워 170억 달러 넘는 평가이익을 날린 전력이 있다. 이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또한 재무부와 상무부는 세금을 더 걷지 않고, 기존 예산 범위에서 추가 비트코인 확보 방안을 마련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세금으로 비트코인을 대규모로 매입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시장은 왜 실망했나?

트럼프의 비트코인 전략비축 선언은 단순한 보관 선언이었을 뿐, 적극적인 매수 정책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와 크게 엇갈렸다. 사실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비트코인을 사들여 ‘비트코인 ETF 최대주주’가 되는 시나리오까지 기대했다. 그러나 발표 내용은 단순히 “몰수한 비트코인 안 팔고 들고 있겠다” 수준이었으니, 실망 매물이 쏟아진 것이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비트코인은 미국 코인베이스에서 9만 달러를 찍고 8만 6천 달러까지 급락했다. 국내 빗썸과 업비트에서도 비트코인은 1억 3천만원 초반대로 밀려났다. XRP(리플), 솔라나, 이더리움 같은 주요 코인들도 일제히 하락했다.

 

세금 안 쓰겠다? 시장엔 호재보다 악재

블룸버그 역시 이번 행정명령의 핵심을 ‘세금으로는 비트코인을 사지 않는다’는 점으로 짚었다. 결국 트럼프의 선언은 민간시장 유동성 확대와는 전혀 관계없는 내용이었고, 이는 시장 유입 자금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악재로 받아들여졌다.

트럼프는 몇 달 전부터 비트코인 지지 발언을 쏟아내며 ‘프로 비트코인’ 후보 이미지를 만들어왔지만, 막상 정책으로 나온 결과물은 시장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시장이 기대한 시나리오는?

사실 시장은 미국 정부가 2024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이어, 아예 국가 차원에서 ‘디지털 금’으로 대규모 매입까지 나설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 국채 일부를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거나, 중앙은행 준비자산에 비트코인을 포함하는 ‘파격적 시나리오’도 거론됐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기존 몰수 자산 보관 정도에 그치면서, 기대했던 매수세 유입 효과는 사실상 없었다. 오히려 정부가 ‘더는 코인 안 산다’는 신호를 준 셈이라, 차익 실현 물량이 한꺼번에 터졌다.

 

남은 기대 포인트는?

그럼에도 트럼프의 비트코인 비축 선언은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공식 자산으로 인정했다는 의미에서 상징성은 크다. 게다가 재무부와 상무부가 ‘세금 부담 없이 추가 확보 방안’을 마련하라는 숙제를 받았기 때문에, 향후 어떤 형태로든 국가 차원의 추가 매입 시도 가능성은 열려 있다.

 

또한, 오는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크립토 서밋’이 열리는 것도 변수다. 트럼프가 어떤 메시지를 던질지에 따라 시장 흐름이 또 바뀔 수 있다.